자동 신청 버튼 누르면 끝? 금리인하요구권 거절률 급증한 이유와 수용률 높은 은행

연봉이 올랐고 마이너스 통장이나 신용대출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기에 당연히 될 줄 알았던 금리인하요구권,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은행의 차가운 거절 통보뿐이었습니다. 


저 역시 수차례 신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한 기억이 있는데, 최근 발표된 통계를 보니 저만 겪은 일이 아니었습니다. 올해 상반기 은행에 금리인하를 요구한 5명 중 4명 이상이 '퇴짜'를 맞았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역대급으로 폭증한 금리인하요구권, 그 배경은?


올해 상반기 국내 19개 은행에 접수된 금리인하 요구는 무려 267만 9,000건으로 전년 하반기보다 77%나 급증하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신청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올해 2월 도입된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금리인하요구 자동화 서비스'입니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15개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소비자를 대신해 정기적으로 금리 인하를 신청해 주는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신청 자체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청이 늘어난 것과 달리, 실제로 금리가 낮아진 경우는 이에 턱없이 못 미쳤습니다. 올해 상반기 금리인하 수용 건수는 51만 2,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5%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전체 신청 건수 중 실제로 금리를 낮춰준 비율을 뜻하는 수용률은 19.1%까지 떨어졌습니다. 

2022년 상반기 이후 줄곧 25~30%대를 유지하던 수용률이 처음으로 20% 아래로 추락한 것입니다. 5명 중 4명 이상(약 80%)이 은행으로부터 거절 통보를 받은 셈입니다.



은행들은 왜 내 금리 인하 요구를 거절할까?


실제로 대출 당시보다 연봉이나 소득이 크게 올랐음에도 은행 측은 "이미 최저금리를 적용하고 있어 더 이상 인하해 줄 수 없다"라며 거절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 버튼 한 번의 착시와 심사 기준의 장벽: 마이데이터를 통해 신청하는 절차는 매우 간편해졌지만, 은행의 내부 심사 기준은 전혀 완화되지 않았습니다. 신청 문턱만 낮아졌을 뿐 실질적인 심사 관행은 그대로라는 지적입니다.

  • 이미 적용된 최저금리 한계: 가산금리와 우대금리가 이미 한계치까지 반영된 대출 상품의 경우, 신용점수가 오르거나 소득이 늘어도 추가로 깎아줄 수 있는 금리 여력이 없다는 것이 은행들의 주된 논리입니다.

  • 가계신용대출 중심의 높은 신청 비중: 전체 금리인하 요구의 95.8%(256만 6,524건)가 가계대출에서 발생했으며, 특히 신용대출(60.7%)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개인의 신용상태가 좋아졌다고 주장해도 은행별 리스크 관리 기준을 충족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은행별 금리인하요구 수용률 현황


은행마다 금리를 바라보는 시각과 심사 문턱에 차이가 있어 수용률 격차도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 시중은행 및 인터넷은행 수용률 비교:

    • 신한은행: 47.8% (가장 높음)

    • 케이뱅크: 30.5%

    • 우리은행: 28.7%

    • 하나은행: 25.3%

    • KB국민은행: 18.0%

    • NH농협은행: 18.0%

    • 카카오뱅크: 13.2%

    • 토스뱅크: 11.8% (가장 낮음)


5대 시중은행의 평균 수용률은 29.3%를 기록한 반면, 일부 인터넷전문은행은 10%대 초반의 낮은 수용률을 기록하며 대조를 보였습니다. 

특히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의 수용률은 평균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늘어난 기회, 그러나 줄어든 실질 혜택


신청 기회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전체의 이자 감면 규모는 오히려 제자리걸음을 걸었습니다. 

올해 상반기 금리인하요구권 수용에 따른 이자 감면액은 734억 3,000만 원으로, 전년 하반기(734억 8,000만 원)보다 오히려 소폭 감소했습니다. 

금리 인하를 받은 대출자는 늘어났지만, 개인이 체감하는 1인당 이자 절감 폭은 오히려 작아진 것입니다.


금리가 연 6%에 육박하는 고금리 시기 속에서 가계의 월평균 이자 비용은 급증하고 있는데, 정작 권리 구제 창구인 금리인하요구권은 높은 심사 장벽에 가막혀 실질적인 가계부채 부담 완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이데이터를 통한 간편 신청으로 '신청 건수'만 늘어났을 뿐, 실질적인 수용 제도가 작동할 수 있도록 은행권의 심사 관행과 제도의 실효성을 점검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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